우리 말고도 도토리 먹는 나라가 바로 포루투갈입니다. 돼지나 먹는 줄 알았지요. 그래 꼭 한번 도토리 농장엘 가보고 싶었습니다.
리스본에서 동쪽으로 1시간 거리쯤에 있는 몬테모로노보 지역 프레이소 두 마이오(Freixo do Meio) 도토리농장입니다. 족히 몇 만평은 되어보이는 곳으로 주인 알프레도씨는 40년째 이곳을 운영 중이랍니다. 퍼멀컬쳐 방식으로 외부 자원 투입 없이 농장 순환시스템으로 농사를 짓습니다.
1시간 가량 차로 이동하며 곳곳을 구경시켜 주었는데요, 토토리 숲 속 여러 가축 사육장과 각종 작물들로 혼작한 채소밭을 보았지요. 검은 돼지, 당나귀, 소, 말 등이 자유롭게 방목되고 있었습니다. 주인이 이리오라고 소리치면 동물들이 달려오는 게 신기했습니다. 주인을 아버지로 따르는 것 같았지요.
주인장 말이 도토리는 선사시대 인류의 공통주식이었다, 지금은 포루투갈과 한국만 먹는다고 일갈하며 우리말 ‘도토리’를 똑바르게 말하는데 놀랐습니다. 언젠가 한국을 방문해 우리의 참나무를 보고 싶다네요.
도토리는 사람에게 식량이 되어줄 뿐 아니라 동물에게도 먹거리를 제공해주고 코르크 같은 소중한 자재도 생산해줍니다. 게다가 낙엽으로 토양을 비옥하게 해주고 각종 벌레와 풀들에게 훌륭한 서식처를 제공해주며 사시사철 푸른 숲으로 지구를 지켜준다고 자랑합니다. 그래서 도토리는 벼와 밀 같은 일년생 작물에 비하면 그 생태적 가치는 비교할 수 없을만큼 크고 특히 기후위기 시대에 더 소중한 먹거리 식물이라고 역설합니다.
몇 가지 질문을 던졌습니다. 저 방목한 가축들은 역할이 뭡니까 했더니 풀도 먹어 제초 해주고 도토리도 인간과 함께 먹으며 이 숲을 지켜가고 있는 식구라네요. 자유롭게 풀어 놓았는데 다른 동물끼리 싸우지 않냐니까 종이 달라 암컷 경쟁할 일 없고 넓어서 먹이 경쟁할 일도 없으니 전혀 싸울 일이 없다며 싸움은 인간만 하는 일이라고 꼬짚더군요.
잡아먹지는 않냐니까 식구기 때문에 일부러 도축해 먹진 않지만 자연사 하면 먹기도 한답니다. 채소도 구역을 정해 단작하지 않고 도토리 나무 밑에서 혼작하고 있었습니다. 저래야 병해충에도 강하다 강조합니다.
따로 거름은 만드는가 물어봤더니 화학거름은 전혀 주지도 않을 뿐 아니라 도토리 나무가 잎을 떨어뜨려 흙을 비옥하게 해주기에 자연퇴비도 전혀 주지 않는다네요. 이름하여 농장 순환시스템이 저절로 해결해준다는 거죠. 그럼 사람 똥은 어떻게 처리하냐니까 미생물 투입해 발효시킨 후 흙으로 돌려보낸다는 군요.
얘기 중에 급한 연락이 와 주인은 서둘러 외출하고 도토리 가공공장과 판매장에 들렀습니다.도토리를 물에 담가 떫은 맛을 뺀 후 말려 가루 낸 다음 빵, 과자, 케잌, 잼 등을 만든다네요.우리보고 어떻게 먹냐기에 푸딩처럼 묵 써서 먹는다 했더니 '묵'이란 말을 배워가며 관심을 갖더군요. 독을 뺀 도토리 알은 덜 단 아몬드 맛입니다. 달지 않아 주식이 가능하겠지요. 매장에 들러 숭늉 맛 나는 도토리 차도 얻어먹고 과자 빵 잼도 샀습니다. 빵은 영락없이 우리의 누룽지 맛입디다.
서투른 생존영어에 맞춰 천천히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 준 주인장의 참 맑은 인상이 기억에 남습니다. 먼저 자리를 떠서 미안타를 몇 번이나 반복하는 모습은 정겨운 농부 아저씨의 풍모였지요. 허둥지둥 구경하느라 사진 찍는 것도 까먹어 매장 아가씨와 찍은 게 유일한 기념사진이 됐습니다.
수렵채집 시절 인류는 맹수가 먹다 남은 고기뼈 골수를 파 먹으며 뇌를 키웠다는데 저는 위험하고 많지도 않았을 뼉다귀보다 견과를 먹고 머리를 발달시키지 않았을까 추정했었습니다. 그럼 견과류는 많았을까요? 어렴풋이나마 그 답은 도토리에 있었을 것 같습니다. 어쨌든 에덴동산에 뼉다귀 먹었다는 얘긴 없으니까요.... 복숭아 많은 무릉도원이나 여타 유토피아에도 고기는 없었던 것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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