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 내음 편지 6

[흙으로 돌아가는 삶1] 거름 이야기 2025. 3. 17.

흙으로 돌아가는 삶은 죽어서가 아니라 살아서도 가능한 일임을 제가 존경하는 귀농 선배 한 분에게서 배웠습니다. 그 분은 귀농해서 아주 소박하고 예쁜 뒷간을 직접 만들어 놓고는 정작 자신은 볼 일을 뒷간에서 보지 않고 밭에 들어가 봤답니다. 한 손엔 호미, 다른 손엔 물 한 바가지 들고 적당한 자리 찾아 호미로 구멍 판 다음 일 보고 물 한 바가지로 비데 하면 끝. 그게 매일 흙으로 돌아가는 방법이라니 재밌죠. 똥은 나의 분신이기 때문이라는 거지요.나의 분신이 매일 흙으로 돌아간다면 그 흙 또한 나의 분신이지 않을까요. 아니면 하느님이 그 흙으로 나를 빚었으니 내가 거꾸로 흙의 분신이기도 하겠죠. 다르게 말씀드리자면 하느님이 흙으로 빚은 다음 당신의 숨을 불어넣어 인간을 완성했으니 나는 하느님과 흙의 합작..

흙 내음 편지 2025.03.23

흙에서 살다 6_ 경운이야기, 흙은 왜 딱딱해질까_

흙의 구조와 경운경운은 왜 할까요? 맞습니다. 땅이 딱딱해지기 때문이에요. 그럼 왜 땅은 딱딱해질까요? 땅 속 틈새가 메워졌기 때문이지요. 틈새엔 공기가 있고 수분이 있어요. 그 틈새 벽면에 유기물이 코팅되어 있답니다. 그 틈새로 식물이 뿌리를 내리고 틈새의 공기로 호흡을 하고 수분과 유기물을 먹으며 자라는 거거든요. 틈새가 메워지니 흙이 다져져 딱딱해지는건데 그렇게 시간이 오래되면 딱딱해진 것조차 풀어져 사막이 되는겁니다.원래 부드러워 식물이 살 수 있는 살아있는 흙엔 흙알갱이가 반, 틈새가 반 조금 못되고 유기물층이 5프로 쯤 된답니다. 이 유기물층이 살아있는 흙의 핵심이에요. 여기엔 미생물들이 우주의 별들만큼 많은데 인간이 밝혀낸 게 겨우 5프로도 안된다네요. 살아있는 흙의 주인공이죠. 얘들이 흙을..

흙 내음 편지 2025.02.23

흙을 지키는 나무, 나무와 혼작하기

사실 나무에 대해선 저는 아직 초보입니다. 막연히 나무가 좋아 나무를 심기 시작한 지는 20년이 넘긴 했어요. 저희 농장에 심은 나무만 쥐똥나무 같은 관목 포함해 느티나무 잣나무 노나무 무궁화나무 등까지 하면 대략 개수로는 200그루, 종수로는 50종은 심었을 겁니다. 그런데 재배 관점에서 먹거리 나무 곧 유실수와 새순 먹는 특용수를 심은 건 2019년부터이니 잘해야 5~6년 되었지요. 나무는 대표적인 다년생인데다 방치해도 죽지 않으니 게으름을 피우기 딱 좋아 그렇게 세월이 지났어도 공부를 하진 않아 여전히 초보나 다름없는 거지요. 나무 이야기를 쓰기가 영 자신이 없었던 이유입니다. 쓸까말까를 몇 번 망설인 끝에 쓰기로 마음 먹은 것은 어차피 제 글은 전문적인 글이기보다는 체험담에 가까운 얘기라 좀 어설..

흙 내음 편지 2025.01.29

흙에서 나서, 흙에서 살다, 흙으로 돌아가는 삶

머리말24절기 책으로 하늘 얘기를 하고 먹거리 책으로 생명 얘기를 하고 나서 마지막으로 흙 얘길 하고 싶었지만 자신은 없었습니다. 토양학에는 학문적인 영역이 많았기에 짧은 지식과 일천한 경험으로는 어림도 없었지요. 그런데 욕심을 버리지는 못했습니다. 그리고 무모한 도전을 감행하기로 해서 이 글을 연재하게 되었습니다. 학문적으로 완성도는 떨어질 겁니다. 그래서 그 길은 진작 포기했습니다. 다만 학문적으로는 못하는 얘길 하기로 했습니다. 또한 경험만으로도 채우기 힘든 얘길 도전해보기로 했지요. 농사에서 흙은 근본이지요. 그렇지만 흙은 농사에서만 의미있는 것은 아닐 겁니다. 그 이상의 의미가 당연 흙에는 담겨있습니다. 농사의 의미로 바라보는 토양학 이상의 얘길 하고자 하는 이유입니다. 그렇다고 지질학을 말하고..

흙 내음 편지 2025.01.10

흙을 죽이는 단작, 흙을 살리는 윤작, 혼작

흙을 죽이는 단작농경의 시작은 아마도 곡식 농사였을 거라 추측합니다. 곡식 농사로 비로서 잉여식량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상추 배추 같은 채소 농사로 농경이 시작되었다고 보기에는 적절치 않잖아요? 과일도 그렇고 가축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가령 채소와 과일은 채집으로도 충분히 얻을 수 있었을 것이고 고기도 수렵으로 얻을 수 있었겠지요. 그리고 이런 먹을거리는 잉여식량이 생기기 쉽지 않다는 게 가장 큰 이유일 겁니다. 그럼 왜 곡식농사가 농경의 시작이라는 걸까요? 처음 야생 곡식을 발견한 사람은 저는 남자일 거라 추측합니다. 왜 그럴까요? 곡식류는 벼과식물이 많고 벼과는 자가수분 식물들이어서 군락하는 특성이 있어요. 군락하려면 아무래도 들녘이 유리합니다. 자가수분 식물은 남의 꽃가루가 아닌 자기 꽃가루를 받기..

흙 내음 편지 2025.0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