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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농업연구소
처서는 처서였습니다. 열대야가 조금 누그러지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벼가 이삭을 패기 시작했거든요. 낮엔 여전히 34도 웃도는 폭염이 기승을 부리고 있지만 혹시나 논엔 가을이 찾아와 있지 않았을까 싶어 두눈 크게 뜨고 살폈지만 이삭을 보진 못했어요. 실망한 마음에 당근밭 풀이나 매야지 하고 갔다가 아직 뜨거운 더위가 힘들어 딴 일 찾아 창고로 갔습니다. 길가 그늘쪽 풀이나 제초할 요량에 새로 구입한 예초기 날 교체하려고요. 날을 고정할 볼트가 안 보여 핑계김에 잘 됐다는 심보로 연장통 정리나 하고 있는데 아내가 물 먹으러 왔다가 반가운 목소리로 벼 이삭을 보았다고 전해주네요. "어디 어디? 난 못봤는데." "논 끝에 있어 못 봤구나, 근데 아직 두그루뿐이야." "그게 어딘대? 그렇게 시작하는 거지." ..
제 마음 속 스승님 중 한 분이신 농부 임락경 목사님이 들려주신 재밌는 노래 얘깁니다."새야 새야 파랑새야 녹두꽃에 앉지마라, 녹두꽃이 떨어지면 청포장수 울고 간다."라는 노랫말이 틀렸다는 거지 뭡니까? 왜 그러죠? 했더니, 녹두꽃이 아니라 녹두콩꼬투리라고 해야 맞다는 거에요.녹두콩꼬투리는 익자마자 건들기만 해도 터져 콩알이 사방으로 흩어져 나가기에 거둘 게 없어 청포장수 울고 간다는 거죠.녹두콩의 이런 성격 때문에 녹두는 매일 따야지 한 번에 수확할 수가 없어요.야생성이 강하게 남아있는 겁니다.그 때문에 녹두는 지주들이 좋아하지 않았어요. 매일 찾아가 소작료를 거둘 수 없으니요.녹두는 그렇게 백성의 곡식이 되었지요.농사도 쉬운 녹두는 나물도 되고 술안주 빈대떡도 되고 밥 대신 죽도 되고 묵도 되니 진정..
호박 가지 고추 오이 토마토 등 토종열매들은 장마 지나 본격적으로 열리기 시작합니다. 장마 비 맞으면 병 온다는 걸 아는 걸겁니다. 나름 똑똑하지요?7월령12지지 중 음력 7월은 신申월로 가을의 시작입니다. 봄은 인(寅, 1월), 여름은 사(巳, 4월), 겨울은 해(亥, 10월)와 함께 해당 계절의 첫달이자 시작이지요. 여름의 끝달인 미未월 밑에서 열매와 이삭의 기운인 가을이 꼬물락 거리다 신월이 되어 이삭이 패고 열매가 영글어갑니다. 열매와 이삭 자체는 음 기운이지만 이삭이 패고 열매가 익어가는 형국은 양의 기운입니다. 그래서 신은 양금陽金으로 대표 동물을 원숭이로 배치했는데 이삭과 열매가 익어가는 양의 기운을 상징한 것 같습니다. 이 나무 저 나무 점프해 다니며 열매 따먹는 원숭이의 기운 보면 그럴 ..
입추작년엔 입추가 윤6월에 들어 올벼도 아닌 벼가 입추에 이삭을 패서 긴장을 했었습니다. 보름은 빠른 거였어요. 근데 대개는 이삭 패기 시작하면 정신없이 마구 패는데 몇 놈만 패곤 처서 즈음해서야 본격적으로 패는 걸 보고 윤달은 윤달이네 했었죠. 과도기라 뭔가 정상적이지 않은 일들이 생기거든요.올해는 서리 내리는 때를 알려주는 무궁화 꽃도 늦게 피고 음력 9월말 쯤 돼야 서리 내리는 상강도 9월 보름 전에 들어 이래저래 추위가 늦을 것 같네요. 벼도 처서 지나 좀 늦게 패지 않을까 싶구요.아무튼 입추는 입춘 입하 입동과 함께 해당 절기가 시작하는 입절기로 전 계절의 마지막 기운이 극성을 부릴 때 옵니다. 그러니까 그 절기가 시작되는 걸 체감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 중 특히 입추가 제일 극적입니다. 가을..
피사리 지원단과 함께 여주의 우보 토종논에서 피사리를 한다기에 방문했습니다. 농대생 셋과 막걸리 전문가 두분이 피사리 지원을 나왔더군요. 우보는 여전히 휠체어에 의지해 피사리 작업지시를 하고 있었는데 올봄 둘째딸 결혼식 때보다 얼굴살이나 안색이나 에너지가 더 좋아보였습니다. 무엇보다 자신이 몸 불편해진지를 모르는 양 말 하는 자세에선 예전과 다름없는 열정이 묻어난다는 거였습니다. 이젠 대소변도 스스로 해결하고 앉기 힘들게 만드는 허리통증도 아주 많이 호전되었다 해서 살펴보니 허리에도 힘이 들어가는 것을 볼 수가 있겠더군요. 세 가지나 되었던 항암약도 하나로 줄일만큼 암 수치도 떨어지고 있다니 참으로 반가운 소식이었습니다.자신감이 생겼는지 내게 손으로 운전하는 법을 알려달라 해서 나만의 노하우와 아주 간단..
하지 전후로 달궈진 복사열의 정점이자 복더위의 정점은 대서와 중복입니다.장마 끝무렵이자 무 더위 한복판이기도 하죠. 가끔 마른장마가 오기도 하지만 덥고 습한 무더위는 피할 수가 없어요. 동남아시아 몬순기후 지대의 특성입니다. 건기 우기로 나누는 적도 근방 열대지역도 여름인 우기에 습하고 무더운 건 비슷하죠. 반면 지중해와 유럽, 중동의 사막지대 들은 건조하고 뜨거운 여름이 옵니다. 그 밖의 아열대 고원지대와 초원지대도 비슷하죠. 덥고 습한 우리의 장마철은 만물이 극성장하고 풀도 우거져 농부에겐 아주 바쁜 농번기입니다. 우리는 춥고 건조한 겨울에 만물이 겨울잠에 들어가니 비로소 농부도 쉬어가는 농한기에 들어갑니다. 봄이 새 학기인 이유고, 유럽에선 가물고 뜨거워 작물이 자랄 수 없는 여름이 농한기라 가을이..
어느 생명이든 싹 터서 살려고 하는 꼬물락 거림이 제일 아름답다늘 길양이가 찾아오는데 요번 놈은 좀 다르더만옛날엔 떠나지 말라고 사료를 주었는데 요번엔 주지 말라는 마누라 잔소리에 마음 다잡고 물 외엔 아무것도 안 주었지.먹이를 주는데도 새끼 낳고는 어디론가 떠나곤 했던 놈들과 달리요번엔 먹이 주지 않았는데도 떠나지 않고 새끼 여섯마리를 건강하게 잘 키우고 있는거야.사실 먹이를 주었다 해도 주다말다 했으니 떠난 것은 당연했을 터지금 놈은 지가 사냥하며 자급하니 우리 창고를 서식공간으로만 만족한 것 같더만.내 농사 도와주는 마음 따뜻한 선배 한분이 한두번 주다 주지마시라는 부탁에 그조차 주지 않았는데도 창고에 뿌리 내리듯 육아 살림을 차린거야.창고 선반 중 바닥 칸을 독차지 하고는 점점 영역을 넓히더니 급..
12지지로 6월은 미(未, 양)월로 양의 달입니다. 미월은 3월의 진(辰, 용)월과 9월의 술(戌, 개)월, 12월의 축(丑, 소)월과 함께 오행 중 토(土)에 해당하는 것으로 다음 계절로 넘어가는 과도기인데요. 이럴 때는 꼭 비나 눈이 옵니다. 그런 점에서 6월이 장마철인 건 가을을 준비하는 과도기인 셈이죠. 해가 가장 높은 하지에 달궈진 복사열로 미월이 가장 무덥지만 속으론 가을을 준비하는 겁니다. 그래서 미월은 음양 중에 음에 해당합니다. 여기서 가을은 이삭과 열매를 뜻하고 준비한다는 건 이삭과 열매의 근원인 암꽃 수꽃, 곧 성별의 근원이 잉태되는 것입니다. 사춘기 같은 것이죠. 그래서 음입니다. 음 중에도 동물의 양처럼 온순하면서 부드럽되 다산의 기운을 가지고 있어요. 벼를 비롯한 곡식들이 대부분..
해가 제일 높은 하지가 지나면 해 입장에선 가을로 접어 든 것임에도 하지 지나야 무더위가 찾아오니 왜 그럴까요? 다름아닌 복사열 때문인데요, 하지 때까지 달궈진 복사열이 하지 지나 소서 대서의 복 더위로 드러나는 겁니다. 게다가 몬순 기후의 영향으로 북태평양의 높은기온과 습한기운이 찾아와 무더운 장마가 시작되지요.반면 하지 전엔 가뭄이 찾아옵니다. 이 가뭄이 참 이해가 가질 않았습니다. 이 시기의 속담으로 가뭄에 비 그칠 날 없다는 말이 궁금증을 더 했지요. 실제로 일주일이 멀다하고 비가 와도 흙을 뒤집어보면 먼지만 일어요. 왜 그럴까요? 비가 찔끔 와 오히려 흙속 수분마저 빼앗아 가기 때문입니다. 일종의 모세관현상인데요, 옛날에 문창호지를 바르고 입으로 물을 분사해주면 창호지가 마르면서 빳빳해지는 현..
아이들 두레꾼입니다. 어릴 때 이런 체험을 해 본 사람 중에 큰 인물이 나올 거라 기대합니다. 시골출신 중에 인물 많은 건 오감교육의 현장에서 자랐기 때문 아닐까요? 지식교육은 전문가 키우는 데 맞지만요.망종은 보통 단오에 가깝게 드는데 올 망종은 음력 4월 21일에 드니 단오와 사이가 멀어졌습니다. 그래 재밌는 사실은 음력이 늦어 밀, 보리도 따라 늦게 익을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는 겁니다. 오히려 평년보다 더 빨라요. 망종 일주일 전인 어제 그제 갑작스럽게 익더만요. 다음 주에 베려던 걸 내일 하려고 부랴부랴 품을 쓰려 합니다. 망종은 망종이더이다. 까끄라기(망) 있는 곡식을 심는 절기라는 뜻인데 우리나라 지역에선 밀, 보리 거두는 절기로 봐야죠. 물론 같은 까끄라기 있는 벼는 심는 게 맞긴 맞습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