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林園經濟志 (서유구 지음)

2017년 헌법재판소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 결정이 나던 날부터 고농서 공부모임을 시작하고 벌써 2년이 지났다. 첫 시작 공부는 세계 최초의 농업서적으로서 기원전 1세기에 범승지라는 사람이 쓴 중국의 범승지서氾勝之書였다. 그리고 바로 조선 최초의 농서로서 세종대왕이 국책으로 발행한 농사직설(1429, 정초)을 거쳐, 세조 때 정승을 지내다 은퇴 후 고향인 금양(지금의 경기도 시흥)으로 내려와 강희맹이 쓴 금양잡록(衿陽雜錄)을 읽고, 절기별로 농사 일정을 정리한 농가월령(1590, 고상안) 강독 후 지금은 풍석 서유구 선생이 쓴 임원경제지(林園經濟志, 1842)의 첫 번째인 본리지의 토양편을 읽고 있다.16개 분야로 쓰여있어 임원십육지라고도 하는 임원경제지는 총 113권 52책으로 구성되어 있다. 농업백과..

고古농서 2025.03.06

똥, 세상에 인사하다

농식품부 aT공사(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서 ‘2019년 로컬푸드 기반 사회적모델 지원 사업’에 퇴비관리사 양성을 주제로 선정된 적이 있었습니다. 먹거리 사업에 거름 얘기는 좀 도발적이었죠. 올해도 연속사업이 떴기에 이번엔 업그레이드 버전으로 음식물거름만들기 주제로 신청했더니 또 선정되었지 뭡니까? 거름 얘길 연속해서 받아 줄지는 기대하지 않았어요. 내 손으로 거름 만들기 운동을 20년 가까이 해 오는 동안 이렇게 중앙부처인 농식품부의 인정을 받았다는 것은 제겐 참으로 감사한 일이었습니다. 더 황당한 일은 사업결과 공유회 때 거름 얘기가 우수사례로 뽑혀 발표까지 하게 되었다는 겁니다. 솔직히 난감한 마음 없지 않았어요.이왕 하는 거 잘 하고 싶었습니다. 평소와 달리 정성껏 발표 자료를 만들고 두 번이나 ..

똥에게 갈채를 2025.03.06

뒷간 AS 똥 친 이야기

올 봄 경기도 원당 농협대학 부지에 조성한 경기도시농업공영농장에 뒷간을 납품한 적이 있었습니다. 목공도 하고 농사도 잘 짓는 강동의 남시정 대표님이 외관을 제작해 주고 내부 장치들은 제가 제작해 설치했지요. 겨울이 되어 농장도 문 닫고 뒷간엔 똥오줌이 차니 치워달라는 AS 부탁이 왔습니다. 대개는 농장 운영측에서 치는데 인분퇴비를 쓸 사람도 없고 전담 관리담당이 따로 없이 행정하는 분들이 관리하다보니 엄두가 나지 않았던 모양입니다.그런데 도와주기로 했던 분이 별안간 다쳐서 저 혼자 갈 수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똥 치는 일은 저희 농장이나 제 집에도 뒷간이 있어 늘 하던 일이라 문제는 없으나 그 뒷간은 주차장에서 좀 떨어져 있어 자재나 필요 기구를 들고 갈 자신이 없었죠. 그렇다고 갑자기 똥 치는 일을 부..

똥에게 갈채를 2025.03.06

포루투갈 도토리 농장 방문기

우리 말고도 도토리 먹는 나라가 바로 포루투갈입니다. 돼지나 먹는 줄 알았지요. 그래 꼭 한번 도토리 농장엘 가보고 싶었습니다.리스본에서 동쪽으로 1시간 거리쯤에 있는 몬테모로노보 지역 프레이소 두 마이오(Freixo do Meio) 도토리농장입니다. 족히 몇 만평은 되어보이는 곳으로 주인 알프레도씨는 40년째 이곳을 운영 중이랍니다. 퍼멀컬쳐 방식으로 외부 자원 투입 없이 농장 순환시스템으로 농사를 짓습니다. 1시간 가량 차로 이동하며 곳곳을 구경시켜 주었는데요, 토토리 숲 속 여러 가축 사육장과 각종 작물들로 혼작한 채소밭을 보았지요. 검은 돼지, 당나귀, 소, 말 등이 자유롭게 방목되고 있었습니다. 주인이 이리오라고 소리치면 동물들이 달려오는 게 신기했습니다. 주인을 아버지로 따르는 것 같았지요.주..

흙에서 살다 6_ 경운이야기, 흙은 왜 딱딱해질까_

흙의 구조와 경운경운은 왜 할까요? 맞습니다. 땅이 딱딱해지기 때문이에요. 그럼 왜 땅은 딱딱해질까요? 땅 속 틈새가 메워졌기 때문이지요. 틈새엔 공기가 있고 수분이 있어요. 그 틈새 벽면에 유기물이 코팅되어 있답니다. 그 틈새로 식물이 뿌리를 내리고 틈새의 공기로 호흡을 하고 수분과 유기물을 먹으며 자라는 거거든요. 틈새가 메워지니 흙이 다져져 딱딱해지는건데 그렇게 시간이 오래되면 딱딱해진 것조차 풀어져 사막이 되는겁니다.원래 부드러워 식물이 살 수 있는 살아있는 흙엔 흙알갱이가 반, 틈새가 반 조금 못되고 유기물층이 5프로 쯤 된답니다. 이 유기물층이 살아있는 흙의 핵심이에요. 여기엔 미생물들이 우주의 별들만큼 많은데 인간이 밝혀낸 게 겨우 5프로도 안된다네요. 살아있는 흙의 주인공이죠. 얘들이 흙을..

흙 내음 편지 2025.02.23

누비안과 K-대통령

저는 아는만큼 보인다는 말을 들을 때면 좀 부담이 돼요. 그러면 공부를 해야 되잖아요? 집사람과 자유여행 다닌지 8여년 동안 저는 사전 공부를 거의 하지 않았어요. 공부를 하면 욕심이 생길거고 그러면 열심히 준비한 집사람과 의견 다툼이 생길 걸 우려한 핑계가 있긴 했어요. 그렇지만 그럴듯한 명분도 있었답니다. 모르는만큼 새롭다, 무지해야 순수하게 볼 수 있다는 개똥철학이에요.아스완 하이댐으로 유명한 나일강 상류지역 누비안 마을의 게스트하우스에 들어섰을 때만 해도 누비안은 수단과 이 지역 원주민 흑인들이라는 것조차 집사람에게 들어 알았지요, ㅋ. 그런 무지 상태에서 처음 만난 게스트하우스 주인장의 평범하지 않은 듯한 인상이 눈에 확 들어오대요. 30대 중반 쯤 되어 보이는 이 누비안은 인물도 좋지만 눈매에..

피라미드를 위한 변명

저는 원래 피라미드를 우습게 봤어요. 아무리 존귀한 왕의 무덤이라고 그렇게 어마어마한 건축물을 지을 수 있느냐고 말이죠. 몇십만명의 노동자를 동원해 몇십년에 걸쳐 지은 게 "고작 무덤이야?" 한거죠.그러다 제 관심은 그래도 저런 걸 왜 지었을까로 바뀌었고 이번 여행에서 꼭 그걸 찾고 싶었습니다. 무덤이라고 하기엔 해석이 뭔가 2프로 부족하다고 생각한 것이죠.그런 중에 피라미드는 신전일 것이란 얘기를 들었습니다. 금방 귀가 솔깃했어요. 그 정도는 되어야 해석이 될 것 같았거든요. 그러고 보니 이집트엔 피라미드만 있지 않았어요. 신전의 나라라 할정도로 나일감 따라 신전 없는 곳이 없을 정도에요. 신전 있는 곳엔 도시가 있었습니다. 이번에 제가 가본 곳만 해도 남쪽 끝 아부심벨 신전에서부터 룩소르의 카라나크 ..

기타 글창고 2025.02.18

농경의 자세

이집트 박물관마다 볼 수 있는 쪼그려 앉은 조각상이 참 궁금했습니다. 이는 고대 이집트의 귀족들이나 엘리트 계층이었던 필경사들 무덤의 비석이었다네요. 당시 왕이었던 파라오 무덤의 입상 비석처럼 크게 세울 수 없던 처지라 좌상 조각으로 비석을 만든 모양이었습니다. 처음 생각엔 조각하기 힘들어 저렇게 표현 했나 싶었지요. 실제로 고대 이집트의 조각기술은 입체 조각기술을 완성 못 해 부조와 입체 조각 중간 쯤의 조각상을 만들었습니다. 쪼그려 앉은 좌상도 엉덩이와 다리 부분을 구분없이 거의 박스처럼 표현한 것도 있어 잘 못 보면 마치 엉덩이와 하체 전부가 박스에 빠진 모양을 표현한 것으로 착각하기 쉽겠더라구요. 그런데 조각기술의 수준도 영향이 있겠으나 그 말고도 다른 이유가 있지 않을까 궁금했습니다. 그러다 ..

흙을 지키는 나무, 나무와 혼작하기

사실 나무에 대해선 저는 아직 초보입니다. 막연히 나무가 좋아 나무를 심기 시작한 지는 20년이 넘긴 했어요. 저희 농장에 심은 나무만 쥐똥나무 같은 관목 포함해 느티나무 잣나무 노나무 무궁화나무 등까지 하면 대략 개수로는 200그루, 종수로는 50종은 심었을 겁니다. 그런데 재배 관점에서 먹거리 나무 곧 유실수와 새순 먹는 특용수를 심은 건 2019년부터이니 잘해야 5~6년 되었지요. 나무는 대표적인 다년생인데다 방치해도 죽지 않으니 게으름을 피우기 딱 좋아 그렇게 세월이 지났어도 공부를 하진 않아 여전히 초보나 다름없는 거지요. 나무 이야기를 쓰기가 영 자신이 없었던 이유입니다. 쓸까말까를 몇 번 망설인 끝에 쓰기로 마음 먹은 것은 어차피 제 글은 전문적인 글이기보다는 체험담에 가까운 얘기라 좀 어설..

흙 내음 편지 2025.0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