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에게 갈채를 3

장마

2023.07.15.여름 휴가로 아내와 함께 고택 민박집에 들렀다. 읍내 유명한 식당에서 맛있는 저녁을 먹고 예약한 민박집을 향할 때부터 장맛비는 폭우로 변해있었다. 아주 점잖아 보이는 주인장은 단아한 찻상에 녹차와 한과를 건네주며 편안한 밤 되시라 하고 들어갔다. 먼 여행길 운전하느라 금방 잠이 들었는데 한 시간쯤 지났을까. 배 속이 편치 않아 잠을 깼다. 밖엔 여전히 폭우로 요란한데 아내는 깊이 잠들었고 화장실은 안채를 거쳐야 하니 엄두가 나질 않았다. 참다못해 마음을 단단히 먹고 속옷 바람으로 바깥 마당에 차 세워둔 곳으로 갔다. 두 손은 목발 짚느라 우산을 쓸 수 없으니 한 순간 온 몸은 폭우를 뒤집어 썼다. 그 형편으로 밖에선 일을 볼 수는 없고 차 안에서 볼 생각에 트렁크를 열어보니 신문지가..

똥에게 갈채를 2025.05.15

똥, 세상에 인사하다

농식품부 aT공사(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서 ‘2019년 로컬푸드 기반 사회적모델 지원 사업’에 퇴비관리사 양성을 주제로 선정된 적이 있었습니다. 먹거리 사업에 거름 얘기는 좀 도발적이었죠. 올해도 연속사업이 떴기에 이번엔 업그레이드 버전으로 음식물거름만들기 주제로 신청했더니 또 선정되었지 뭡니까? 거름 얘길 연속해서 받아 줄지는 기대하지 않았어요. 내 손으로 거름 만들기 운동을 20년 가까이 해 오는 동안 이렇게 중앙부처인 농식품부의 인정을 받았다는 것은 제겐 참으로 감사한 일이었습니다. 더 황당한 일은 사업결과 공유회 때 거름 얘기가 우수사례로 뽑혀 발표까지 하게 되었다는 겁니다. 솔직히 난감한 마음 없지 않았어요.이왕 하는 거 잘 하고 싶었습니다. 평소와 달리 정성껏 발표 자료를 만들고 두 번이나 ..

똥에게 갈채를 2025.03.06

뒷간 AS 똥 친 이야기

올 봄 경기도 원당 농협대학 부지에 조성한 경기도시농업공영농장에 뒷간을 납품한 적이 있었습니다. 목공도 하고 농사도 잘 짓는 강동의 남시정 대표님이 외관을 제작해 주고 내부 장치들은 제가 제작해 설치했지요. 겨울이 되어 농장도 문 닫고 뒷간엔 똥오줌이 차니 치워달라는 AS 부탁이 왔습니다. 대개는 농장 운영측에서 치는데 인분퇴비를 쓸 사람도 없고 전담 관리담당이 따로 없이 행정하는 분들이 관리하다보니 엄두가 나지 않았던 모양입니다.그런데 도와주기로 했던 분이 별안간 다쳐서 저 혼자 갈 수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똥 치는 일은 저희 농장이나 제 집에도 뒷간이 있어 늘 하던 일이라 문제는 없으나 그 뒷간은 주차장에서 좀 떨어져 있어 자재나 필요 기구를 들고 갈 자신이 없었죠. 그렇다고 갑자기 똥 치는 일을 부..

똥에게 갈채를 2025.03.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