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농업 여행기

누비안과 K-대통령

전통농업연구소 2025. 2. 22. 00:35

 

누비안 촌로 농부님
게스트하우스 누비안 주인장 Arafa


저는 아는만큼 보인다는 말을 들을 때면 좀 부담이 돼요. 그러면 공부를 해야 되잖아요? 집사람과 자유여행 다닌지 8여년 동안 저는 사전 공부를 거의 하지 않았어요. 공부를 하면 욕심이 생길거고 그러면 열심히 준비한 집사람과 의견 다툼이 생길 걸 우려한 핑계가 있긴 했어요. 그렇지만 그럴듯한 명분도 있었답니다. 모르는만큼 새롭다, 무지해야 순수하게 볼 수 있다는 개똥철학이에요.
아스완 하이댐으로 유명한 나일강 상류지역 누비안 마을의 게스트하우스에 들어섰을 때만 해도 누비안은 수단과 이 지역 원주민 흑인들이라는 것조차 집사람에게 들어 알았지요, ㅋ. 그런 무지 상태에서 처음 만난 게스트하우스 주인장의 평범하지 않은 듯한 인상이 눈에 확 들어오대요. 30대 중반 쯤 되어 보이는 이 누비안은 인물도 좋지만 눈매에 총기가 서려 있고 영어 솜씨도 보통이 아니었어요. 다만 친절하면서 점잖기는 한데 뭔가 조심스러워하는 말씨와 눈빛이 살짝 제 눈에 포착되었지요.
짐을 정돈하고 웰컴 드링크로 누비안식 커피 대접한다는 주인장과  마당 현관 테이블에 앉았습니다. 그제서야 편안히 마당을 둘러보니 전형적인 누비안식 가옥 구조와 곳곳에 그려진 벽화가 눈에 들어옵니다. 마당 현관  벽쪽엔 팔걸이 의자 10여개가 늘어서 있고 한켠엔 옛날식 큰 침대가 놓여져 있는데 일하다 낮잠 자기도 하고 손님이 편하게 쉴 수도  있게끔 한 공간 같아 보였습니다. 그리고 돕(thobe)이라는 흰색의 긴 원피스와 터번을 쓴 흑인 남자들이 낙타를 몰고 가는 장면들인데 아이들이 그린 것처럼 정감있게 그려져 있었습니다. 통밥 상 주인장이 그린 것 같아 유아 페인터? 하니 그렇지는 않지만 자기가 그린 거는 맞다네요. 깨끗한 누런 색 바팅위에 흰색 위주로 그린 게 뭔지 모르지만 누비안의 정서와 사막살이의 외로움을 표현한 듯 했어요. 그리고 끝 부분에 생뚱 맞게 팔레스타인 국기와 그 위로 Free Paletstine이라는 글귀가 눈에 확 들어왔습니다. 팔레스타인은 이곳에서 거리도 먼데 당신과 무슨 관련이 있냐고 물어보니 누비안 독립운동과 연대의 뜻을 담은 거라네요. 그러고 보니 그 그림과 좀 떨어진 벽화엔 누비안 국기가 Free 글귀는 없이 Nubian이라고만 쓰여진 걸 보고 주인장의 조심스런 분위기가 떠올랐습니다. 웬지 짠 해지대요.
.다음 날 우린 좋아하는 마을 속 동네 한바퀴 투어를 돌았어요. 특히 농사현장을 보는 재미는 제겐 여행의 주목적이기에 빼놓을 수 없는 시간이지요. 나무와 작물과 흙과 거름, 특히 사막 지역이라 물관리는 어떻게 하는지 살펴봅니다. 그  중 농부를 만나보는 일은 제일 큰 바람이죠. 꿈은 이루어진다고 휠체어 끌고 시골길 다니는 게 안쓰러웠는지 한 늙은 농부님이 저희 뒤 저만치서 빠른 걸음으로 다가옵니다. 얼굴보니 누비안 흑인인데 이 양반도 늙어 이는 많이 빠졌지만 훤출한 키에 총기어린 눈빛을 하고 있네요. 캔 아이 헬프 미? 하는데 어, 발음이 꽤 좋더라구요. 저는 콩글쉬로 아이 캔 두 잇, 돈 워리 하며 가는데 요쪽은 바닥이 샌드가 많으니 스트롱한 저쪽편으로 가라 등등 지도를 하며 쫓아옵니다. 그리고 어디서 왔냐기에 사우스 코리아라 하는 말에 아주 반가워 합니다. 이어 직업도 묻네요. 위 아 파머라는 말에 더 반가워서 망고, 대추야자 바나나 나무들 가르쳐 주면서 자기도 바로 요기서 농사진다고 우리를 데려가지 뭡니까? 와~ 이건 대박입니다. 몇 백평은 되어보이는 농장에 당나귀 말 소 등을 보여주고 작물도 열심히 일러줍니다. 그 중 우리의 아욱과 아주 비슷한 작물을 물어보니 가축 먹일 사료용으로 심은 거라네요. 우리처럼 인공사료 먹이지 않고 키워 먹이니 돈도 아끼고 거름도 만들어 일석이조죠. 돈 없어 그렇다고 깔 볼 일이 아니에요. 사진 찍고 나오면서 우리의 대화는 이어졌습니다. 어설픈 저희 영어에 잘 맞춰주시는 게 센스도 보통이 아닙니다. 급기야 한국에 관심 많다며 윤석열 대통령까지 얘길 하네요. 고개를 절래절래 저으면서 말이죠. 참 뭐 팔리는 순간이었어요. 먼 이국 땅 외딴 오지의 컨츄리해 보이는 촌로에게서 이런 얘길 듣다니,.,..어색해 하는 우리의 표정을 읽었는지, 그렇지만 코리아 피플들은 너무 대단하다고 엄지 척 하며 분위기를 반전시키네요. ㅎㅎ. 다시 우리는 파안대소하며 즐겁게 헤어졌답니다. 재밌는 누비안들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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