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로에서 오아시스 도시 알파이엄까지 2시간 남짓 걸려 도착했을 때는 이미 컴컴한 밤이어서 다음 날 아침에야 둘러볼 수 있었습니다. 카이로와 달리 저희 숙소 주변은 깔끔하고 예뻤어요. 도자기 공방이 밀집한 공방이라 예술의 거리 같았지요. 그 거리 넘어 골목길로 들어서니 농촌마을의 속살이 들어옵니다. 텃밭들을 꼼꼼히 살펴보는 재미가 쏠쏠하대요.
우선 혼작이 인상적으로 들어옵디다. 콩밭 둘레로 옥수수를 심은 건 우리의 전통 혼작법과 너무 닮아 놀랐습니다. 다비성 작물이라 토양 수탈이 심한 옥수수는 단작하지 않았지요. 거름도 만들어주고 흙을 부드럽게 해주는 콩밭 옆에 심어야 토양을 망가뜨리지 않고 재배할 수 있었죠. 옥수수와 관련된 혼작으로는 인디언 세자매농법이 있습니다.옥수수 콩 호박을 말하는데 콩은 거름을 옥수수는 지주역할 호박은 잡초 막는 멀칭효과를 말하죠.
그리고 눈에 들어오는 건 비닐멀칭이 없다는 겁니다. 밭 곳곳에 적당히 풀도 있는 걸 보니 제초제도 쓰지 않는 것 같더라구요. 아마 우리처럼 비닐값이나 농약값이 싸지 않은 점도 있을 거구요, 또 사막기후가 우리의 몬순기후 만큼 비가 많지 않으니 풀 문제가 심각지도 않을 것 같았습니다.
그 다음 재미난 것은 가지와 토마토가 키가 매우 작아 지주를 세워주지 않는 거였어요. 우리의 딸기 정도 크기입디다. 땅이 넓어 좁은 땅에서 많은 걸 재배하는 집약농업과 달리 넓은 면적에서 노동력을 줄이는 조방농업의 특징 같았습니다. 가지도 토마토도 한 포기에 두 세개 열매가 달려 있는 걸 보니 신기하대요.크기도 작았어요.
전체적인 특징으론 나일강변으로 가면 평야가 펼쳐져 있어 단작이 발달한 반면 제가 본 혼작은 텃밭 발달한 동산지역의 관광지 농촌 마을이었습니다. 나일강 주변은 평야도 평야지만 강을 교통로로 이용한 무역이 발달해 그에 맞게 파는 농업, 곧 단작이 발달하기 때문일거라 추측했지요.
그런데 나일강 주변 농지가 점점 땅심을 잃고 있다는 얘길 들어 마음이 편치 않았습니다.상류에 아스완 댐을 지은 후 강 주변에 거름을 부어주는 범람효과가 사라졌기 때문이지요. 사막을 지나 나일강 주변에 들어서면 사막 사이사이에 농지들이 점점이 펼쳐져 있는데 그게 사막화 진행 모습인지 사막화를 막고 있는 녹화사업의 성과인지는 알아봐야겠어요.다만 그런 농지들엔 대체로 밀이 심어져 있는 걸 볼 땐 사막화의 진행으로 보여 걱정이 앞서더군요. 밀은 가뭄에 강한 작물이지만 연작피해가 있는 작물이어서 사막 녹화엔 별 도움이 안될 것이기 때문이죠.
다만 희망을 느끼는 건 어디든 당나귀가 많아 거름을 아직도 자급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는 거였습니다. 당나귀는 풀도 많이 먹고 똥도 많이 누는 가축이거든요. 그 비중이 얼마나 되는지는 더 알아봐야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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