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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루투갈 논농사 책

전통농업연구소 2025. 3. 13. 00:51

오비두스라는 고성에 밤 다 되서 도착했습니다. 언덕이 많은 곳이라 아침에 집사람 먼저 휠체어 길 탐사차 나갔습니다.예쁜 고성답게 예쁜 기념가게만 즐비한데, 씨앗 모종 등이 있는 책방이 눈에 띄어 들어갔답니다.중고책까지 천정이 닿도록  쌓여 있는 책들을 보고 있자니 책방 주인이 와서 무슨 책 찾느냐, 어디에서 왔냐 등 물어보며 자기네 책방자랑을 하더랍니다. 그래서

"아이 원트 어바웃  포르투갈 트래디셔널 아그리컬쳐 북"하고 물으니 두권을 가져왔답니다. 그 중 한 책 표지에 밀짚모자 쓴 사람들이 모내기하는 장면이 있기에 베트남 농사책인줄 알고 다시한번 포르투갈? 했더니 맞다고 하더라네요. 작은 책방임에도 영어 스페인 이탈리아 책 하다못해 일본책까지 있어 베트남에 대한 논농사 책인가 했답니다. 그래도 저한테 물어보고 사야지 하고 다음에 남편 데리고 다시 오겠다 하니 말없이 돌아서 책꽂이에 꽂는 뒷모습이 삐진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들었답니다. 하긴 멀리서 관광 온 동양인 여자가 남들 찾지도 않는 책을 힘들게 찾아주었더니 다시 오겠다 하면 저라도 황당해했을 겁니다.
얘길 듣자니 재밌기도 하고 미안키도 해서 오후에 바로 갔어요. 관광지에 그런 책방 있는 것도 신기하고 긴 사다리 타고 꺼낼 수 있는 책장도 남달라 자세히 봤더니 사과박스로 레고 쌓듯이 올린 것이지 뭡니까? 아무튼 집사람이 저를 소개해주며 아까 책을 보여달라니 반색의 표정으로 소개해주는데 한 권이 포르투갈의 논농사 책이었어요. 영어를 잘 못하는 우리에게 쉽게 설명한다고 about water agriculture book in portugal이라고 하는 겁니다. 수경재배를 말하나?하고 들여다보니 논농사책이었어요.그래 제가 콩글리쉬로 이리게이션irrigation 라이스? 그랬더니 오 맞다고 아주 반가워하는 거에요."이 인간 뭐좀 아네. 그럼 사겠군" 하는 표정 지으며 말이지요.책을 보니 1974년 발간된 48년이나 된 책이었어요. 사진도 적당히 있고 논 관개법을 자세히 다루고 있어 무조건 샀습니다..구글번역기 돌리면 대충은 볼 수 있으니 언어문제는 노 프라블럼이거든요. 책방 직원은 속으로 신기해했을겁니다."관광지에서 이런 책을 사는 사람이 다 있다니, 그것도 동양인인데다 휠체어 탄 장애인이 말야, 살다보니 이런 일도 있구만. 아무튼 48년만에 책을 팔았네~" 하며 쾌재를 불렀을 것 같습니다.저희는 그러거나말거나 관광지에서 귀한 책을 2만원도 채 안되게 샀으니 마치 진흙탕에서 골동품 얻은 것 마냥 뿌듯하게 책방을 나섰습니다. 어쩌면 포르투갈에 하나 남은 책을 우리가 접수했다는 착각도 들었습니다.

이 나라는 경제적으론 우리보다 가난할지 모르나 문화적으론 확실히 선진국이었습니다. 어디 가나 동네책방이 두 세개는 있고 책들도 새책만이 아니라 중고책과 함께 잘 정리되어 있어 참 인상적이었습니다.부럽기도 했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