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라미드를 위한 변명
저는 원래 피라미드를 우습게 봤어요. 아무리 존귀한 왕의 무덤이라고 그렇게 어마어마한 건축물을 지을 수 있느냐고 말이죠. 몇십만명의 노동자를 동원해 몇십년에 걸쳐 지은 게 "고작 무덤이야?" 한거죠.
그러다 제 관심은 그래도 저런 걸 왜 지었을까로 바뀌었고 이번 여행에서 꼭 그걸 찾고 싶었습니다. 무덤이라고 하기엔 해석이 뭔가 2프로 부족하다고 생각한 것이죠.
그런 중에 피라미드는 신전일 것이란 얘기를 들었습니다. 금방 귀가 솔깃했어요. 그 정도는 되어야 해석이 될 것 같았거든요. 그러고 보니 이집트엔 피라미드만 있지 않았어요. 신전의 나라라 할정도로 나일감 따라 신전 없는 곳이 없을 정도에요. 신전 있는 곳엔 도시가 있었습니다.
이번에 제가 가본 곳만 해도 남쪽 끝 아부심벨 신전에서부터 룩소르의 카라나크 신전, 룩소르 신전, 퀴나의 덴데라 신전, 소하그의 오비도스 신전 그리고 카이로에 기자와 사카라 피라미드입니다.
이집트는 태양신을 숭배했어요. 근데 아마 대부분 종교의 신은 태양에서 왔을 거라 저는 봅니다. 우리는 하느님이라 하는데 사실 하늘의 주인공은 태양이니 하느님도 태양이라 볼 수 있어요.
태양신엔 꼭 새가 따릅니다. 우리는 태양에 삼족오라는 까마귀가 산다고 했죠. 어디에서나 새는 하늘의 메신저이자 천사의 아이콘으로 여겼어요. 날개 달고 하늘을 날기에 그렇게 보았는지 모르지만 그보다는 해가 뜨기 전부터 새가 지저귀며 활동하는 걸 보고 생각했을 것 같아요. 그러니까 곧 해가 뜬다는 걸 알려주는 메신저였던 겁니다. 새벽을 알려주는 닭이 전형이에요. 이집트 신화에도 새가 많이 등장합니다. 신전 어디든 맨 위에는 새 날개가 표현되어 있어요.
그러니까 신전들은 태양신을 모시거나 그와 관계가 있는 곳이에요. 어느 종교든 신전은 태양을 기준으로 방향을 잡습니다. 주로 서쪽을 향해 있는 게 많습니다. 이집트 신전들도 그렇고 성당이나 절도 마찬가집니다. 피라미드도 그렇죠. 바닥은 정방형으로 태양이 가르는 동서남북을 향하고 있어요. 맞습니다. 태양신을 닮고자 태양과 코드를 맞추려 한 것입니다. 그런데 그렇다고 꼭 무지막지하게 건물을 지어야 하는지 의문은 풀리지 않았어요. 그리고 피라미드를 직접 와서 보고는 가슴 벅차게 할만한 규모 앞에 압도당하며 분명 저렇게 지은 이유가 있을 거라 직감했습니다.
숙소에 들어오자마자 인터넷부터 뒤졌어요. 기자 피라미드 중 제일 크고 오래된 쿠프왕 것을 찾아 보니 높이가 146.6미터이고 바닥 정방형의 한변 길이가 230미터라고 나오더라구요. 왜 하필 그 숫자일까? 상싱해봤습니다. 피라미드가 신전이라면 분명 태양신전일 것이고 태양신을 모시려면 태양과 코드를 맞춰야 할텐데,,,,. 바로 태양과 지구의 거리, 지구 넓이를 찾아봤습니다. 그랬더니 태양과 지구 거리가 1억5천만 키로미터라는 거에요. 쿠프왕 피라미드 높이 146,6미터를 150미터로 어림잡고 나누면 배수로 딱 떨어지는 거지 뭡니까? 그럼 바닥 면적은 지구와 관련 있지 않을까요? 찾아봤더니 5억1천만 제곱키로미터라는 거에요. 피라미드 면적은 5만3천제곱미터입니다. 얼추 이도 배수가 됩니다. 놀랍죠?.
그럼 고대 이집트인들은 지구와 태양의 거리, 지구 표면적을 어떻게 알았을까요? 알려진 바로는 기원전 3세기에 활동한 아리스타르고스라는 과학자와 한 세대 이후 사람인 에라토스테네스라는 과학자가 밝혀냈는데 오차율이 10% 정도라고 합니다. 대단하지요. 정교한 도구도 없이 막대기 하나와 삼각함수와 비례식을 이용했다고 합니다. 반달일 때 지구와 달과 태양을 연결하면 직각삼각형이 된다는 걸 알고 지구에서 바라 본 달과 태양의 각도를 재면 삼각함수를 이용해 거리의 비를 구할 수 있고 삼각형 한쪽 변 길이만 알면 나머지도 구할 수 있는 걸 이용한 겁니다. 그럼 달과 지구 사이의 거리만 알면 태양과의 거리는 쉽게 알 수 있죠.
우선 월식 때 지구 그림자에 가려지는 달의 크기를 재 달과 지구의 비율을 구합니다. 대략 1/4 나옵니다. 지구 크기는 하지 때 서로 다른 두 지역에서 해 그림자 각도를 재면 지구 둘레를 잴 수 있어요. 그 각도와 원 각도의 비율은 두 지역 거리와 지구 둘레의 비율이 같다는 걸 이용하는 거죠. 에라토스테네스는 그렇게 해서 지구 둘레가 4만키로 쯤 된다는 걸 알아냈어요. 그럼 달의 둘레는 1만키로가 되는 겁니다. 둘레를 알면 지름을 알 수 있고, 그 다음 삼각함수를 적용해서 달과 지구 사이를 아는 거죠, 요약해 얘기하느라 어렵지만 사실 매우 쉬워요. 인터넷 찾아보면 다 나옵니다.
피라미드는 기원전 3천여년 경 세워졌으니 그 과학자들도 이미 피라미드 세대에 비해 3천년 후대 사람이긴 해요. 그렇지만 피라미드 지을 때 기본적으로 삼각함수와 비례식을 이용했을 것이라 추정해 볼 때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을 겁니다.
암튼 결론적으로 볼 때 피라미드 꼭대기는 태양이고 바닥은 지구인 거에요. 꼭지점에서 바닥으로 이어지는 삼각형 모양의 사각뿔 빗변은 지구에 내리쬐는 햇살이 되는 거구요. 쿠프왕의 아들인 카프레왕의 피라미드가 옆에 있는 두번째인데 이 꼭대기엔 황금으로 덮여 있었답니다. 바로 태양입니다.
결국 이번 여행의 숙제를 이렇게 풀었어요. 근데 맘이 그만큼 확 풀어지진 않네요. 오늘은 늦게 도착해 숙소에서만 봤지만 내일 입장해 직접 가서 만져보고 느껴볼랍니다. 나도 접신이 될런지 혹시 압니까?
그래도 저는 여전히 소심해서, 피라미드처럼 큰 거보다는 엘 미냐라는 소도시 근교에서 본 작은 교회가 더 마음에 남네요. 이집트 정교(콥트교)에서 어린 예수 가족이 로마의 탄압을 피해 살던 곳에 순례지로 교회를 세웠는데 크기도 작지만 교회 안 암굴로 된 조그만 측실에 들어갔다가 울컥하고 말았거든요. 엄마 배속만한 느낌의 암굴이 뭔가 모르는 울림을 준 거에요. 저는 무신론자인데도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