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 세상에 인사하다
농식품부 aT공사(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서 ‘2019년 로컬푸드 기반 사회적모델 지원 사업’에 퇴비관리사 양성을 주제로 선정된 적이 있었습니다. 먹거리 사업에 거름 얘기는 좀 도발적이었죠. 올해도 연속사업이 떴기에 이번엔 업그레이드 버전으로 음식물거름만들기 주제로 신청했더니 또 선정되었지 뭡니까? 거름 얘길 연속해서 받아 줄지는 기대하지 않았어요. 내 손으로 거름 만들기 운동을 20년 가까이 해 오는 동안 이렇게 중앙부처인 농식품부의 인정을 받았다는 것은 제겐 참으로 감사한 일이었습니다. 더 황당한 일은 사업결과 공유회 때 거름 얘기가 우수사례로 뽑혀 발표까지 하게 되었다는 겁니다. 솔직히 난감한 마음 없지 않았어요.
이왕 하는 거 잘 하고 싶었습니다. 평소와 달리 정성껏 발표 자료를 만들고 두 번이나 연습도 했지요. 그런데 사고가 났습니다. 사전에 제출한 자료를 담당자가 받질 못한 겁니다. 제 차례가 왔는데 자료가 스크린에 뜨질 않으니 요즘 말로 멘붕이 오데요. 어떻게 하지 하다가 혹시나 해서 준비해 온 샘플 거름을 휠체어 밑에서 꺼내 농식품부 관계자 테이블에 꺼내 돌아가며 냄새 맡아보시라고 해놓고 즉흥적으로 얘길 시작했습니다. 다들 잘 삭은 음식물거름인 줄 알고 냄새를 맡고들 있는데 반응이 괜찮은 것 같아 사실 얘길 했죠. 그건 똥 거름이라고,,,, 이번 사업에 만든 음식물거름을 갖고 오려다 아침에 비가 와서 농장에 들르지 못해 급하게 집에 있는 뒷간에서 두 달밖에 안 된 것을 떠 온 것이라고요. 똥도 이렇게 냄새없이 발효되는데 음식물거름은 말할 것도 없다고…
농식품부 관계자뿐만 아니라 전국에서 참여한 먹거리 운동가들이 냄새나는 거름 얘길 참 잘 들어주셨습니다. 지역먹거리가 지역에서 거름으로 순환되어 다시 먹거리를 생산할 수 있을 때 로컬푸드가 완성된다는 것을 공감해주었지요. 발표 자료는 잃었지만 대신에 처음으로 똥을 공식 자리에 인사시킬 수 있었고 참여한 분들도 반갑게 받아주어 기분이 좋았습니다. 밥은 나가 먹어도 똥은 집에 와 누울만큼 똥을 소중히 여긴 우리 전통을 다시 한번 느낀 자리였습니다.
(두 번째 사진의 사각플라스틱 용기에 담긴 게 똥 거름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