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에게 갈채를

뒷간 AS 똥 친 이야기

전통농업연구소 2025. 3. 6. 01:01

농협대뒷간

올 봄 경기도 원당 농협대학 부지에 조성한 경기도시농업공영농장에 뒷간을 납품한 적이 있었습니다. 목공도 하고 농사도 잘 짓는 강동의 남시정 대표님이 외관을 제작해 주고 내부 장치들은 제가 제작해 설치했지요. 겨울이 되어 농장도 문 닫고 뒷간엔 똥오줌이 차니 치워달라는 AS 부탁이 왔습니다. 대개는 농장 운영측에서 치는데 인분퇴비를 쓸 사람도 없고 전담 관리담당이 따로 없이 행정하는 분들이 관리하다보니 엄두가 나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그런데 도와주기로 했던 분이 별안간 다쳐서 저 혼자 갈 수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똥 치는 일은 저희 농장이나 제 집에도 뒷간이 있어 늘 하던 일이라 문제는 없으나 그 뒷간은 주차장에서 좀 떨어져 있어 자재나 필요 기구를 들고 갈 자신이 없었죠. 그렇다고 갑자기 똥 치는 일을 부탁할 사람도 마땅히 없었습니다. 알바비는 줄 수 있지만.
내 걱정을 눈치 챈 아내가 구원자로 나섰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남 똥 치는 일까지 시킬 수 없다고 하니 물건만 날라 주겠답니다. 그럼 꼭 날라만 주고 차 안에서 기다리라 신신당부하고 갔지요. 가는 길에 로컬푸드에 몇 가지 산채들을 납품하고 갔습니다. 아침엔 먹거리 팔고 낮엔 똥 치러 가는 거였습니다. 그런데 수익을 비교해보니 먹거리 파는 것보다 똥 치는 대가가 훨씬 컸습니다. 헛웃음이 나오면서도 이상한 통쾌감도 없지 않았어요.
뒷간 중 하나는 톱밥을 거의 넣지 않아 마스크 했는데도 냄새가 꽤 풍겼습니다. 어릴 때 변소 칠 때면 온 동네를 퍼뜨렸던 오래 묵어 구수하기까지 했던 그 냄새였죠. 별 거리낌 없이 톱밥 풀며 삽으로 똥을 젓고 있으니 안됐던지 기어코 멀리서 구경하던 아내가 톱밥이라도 풀어주겠다고 달려와 일을 거드는 게 아닙니까? 냄새나니 저리가라 해도 막무가내입니다.
아내 덕에 결국은 일을 수월히 치룰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아내 태도가 이상합니다. 그 더러운(?) 일을 해냈다는 쾌감이 있는지 안부 전화 드리기로 한 친정어머니에게 자랑할 기세지 뭡니까? 나중에 생각하니 웃긴 했지만 그 순간엔 약간 화가 나 "얘기 하기만 해봐!"하고 정색을 했습니다. 그렇게 똥과 오줌을 별도 퇴비통에 담아 놓고 한 달 뒤에 가지러 오겠다 하고 왔습니다.
제가 가져가면 처리비용을 더 받습니다. 되도록 거름으로 쓰기를 권하지만 아직 낯설어 가져가 달라 합니다. 거름도 생기고 돈도 생기니 님도 보고 뽕도 따는 셈이죠. 어젯밤 똥 꿈을 꾸었는가 봅니다. 오면서 화투 패 중 똥패가 제일 좋은 고도리 생각하며 또 한번 희죽 웃고 말았습니다.

뒷간 똥 푸기
똥 오줌 분리해 2차 숙성하기
뒷간 내부-오른쪽 남자 소변기, 왼쪽 일 보고 똥 덮는 톱밥:똥이 다 덮이도록 톱밥을 잘 덮어주어야 냄새가 없다.